괌 장기출장 중에 발견한 괌한식당 청담, 나를 버티게 해준 한 끼

한국 돌아와서 정신 좀 차리고 나서야 이렇게 글을 남겨요. 벌써 두 달 전 일이네요. 회사 일 때문에 세 달짜리 장기 출장을 괌으로 다녀왔습니다. 괌이야 누가 봐도 좋은 곳이고, 밖에서 들으면 “야 거기서 일하면 좋겠다” 소리 나오는 게 당연한데, 그때 제 마음은 괌 바다처럼 시원하지만은 않았어요.


출장 나가기 직전에 둘째가 태어났거든요. 근데 일정이 꼬이면서 조리원에 있는 와이프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태어난 아이 얼굴만 잠깐 보고 바로 공항으로 갔습니다. 그 짧게 본 얼굴이 계속 눈에 밟혀서 괌에 있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이 멍했어요.

거기다 첫째가 동생 생긴 걸 아직 마음으로 못 받아들이는지 질투가 심해졌고, 와이프는 그걸 혼자 감당하느라 많이 힘들어했죠. 전화할 때마다 “오늘도 첫째 때문에 진이 빠진다”는 말을 들으면, 타지에서 손 하나 못 보태는 게 너무 괴로웠습니다. 동료들이 농담처럼 “제일 힘들 때 괌 같은 데 와있으니 얼마나 좋냐” 했는데, 그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 그때는 더 절실하게 느꼈어요. 좋은 곳에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그냥 낯선 타지일 뿐이더라고요.





 가족이 그리운 만큼, 한식이 더 그리워졌던 시기

저도 젊을 때는 해외 유학 생활을 5년 넘게 했고, 그 시절엔 한식 없이도 잘 살았어요. 로컬 음식도 잘 먹고, 입맛도 금방 적응하고 “이 정도면 현지화다” 하며 살던 사람이었죠.
근데 이번 괌에서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처자식이 그리운 만큼 한식이 같이 그리워지더라고요. 마음이 허할 때는 결국 따뜻한 국물에 밥 한 숟갈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거, 그게 딱이었어요.

그래서 출장 온 지 일주일도 안 돼서 괌식당, 괌한식당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돌아다녀 보니까 괌에 한식이 생각보다 훨씬 많더라고요. 요즘 K문화가 열풍이라고 하던데,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어요. 현지 마트에도 불닭 같은 한국 라면, 김, 만두 같은 한국 음식들이 꽤 자연스럽게 진열돼 있었고요. 제가 유학하던 시절만 해도 해외에서 한식 찾는 게 이렇게 쉬워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괌에서 그 현실을 보니까 좀 감개무량했습니다. “세상이 진짜 많이 바뀌었구나” 싶더라고요.

현지 직원들이 추천해준 Korean restaurant in Guam 청담

현지 여직원들이랑 점심 먹다가 “너희 K-pop 좋아하냐, K드라마도 보냐?” 이런 얘기를 했는데, 다들 너무 자연스럽게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한식 얘기가 나왔고, “한식도 좋아한다. 특히 고기랑 찌개!” 이런 말 듣는 순간 괜히 믿음이 생겼습니다. 요즘은 외국인들도 한식을 많이 접하니까, “현지인 입맛에도 맛있으면 내 입맛에도 맞겠지” 싶어서 추천을 부탁했죠.

그때 추천받은 곳이 Cheongdam Guam Korean Restaurant. 검색하면 Guam Korean restaurant, Korean restaurant in Guam으로도 꽤 잘 나오는 바로 그 청담이었습니다.

처음 갔던 날, 음식이 나오자마자 느꼈어요.
“아, 여기 그냥 해외 한식당이 아니네.”

정갈하고 깔끔한데 맛은 깊고, 자극적으로 치는 맛이 아니라 속으로 천천히 들어오는 맛이었어요. 괌 한복판에서 서울에서 잘하는 한정식집에 앉아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요. 순간 “지금 전화 한 통 돌리면 친구들이 슬금슬금 모일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참 이상했는데… 그만큼 마음이 풀렸다는 뜻이겠죠.

출장 내내 저녁은 거의 청담으로 흘러갔다

그 뒤로는 진짜 자주 갔습니다. 거의 출장 남은 기간 내내 저녁은 청담에서 먹었어요. 혼자 조용히 먹는 날도 많았고, 현지 직원들과 회식할 때도 “그럼 오늘도 청담 가죠”가 자연스럽게 공식처럼 굳었습니다.

제가 제일 자주 먹었던 건 LA갈비랑 삼겹살, 그리고 순두부찌개, 갈비탕이었어요.
LA갈비는 양념이 과하지 않아서 고기 맛이 살아있고, 씹을수록 단맛이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타입이라 “이건 진짜 한국에서 먹는 그 느낌이다” 싶었고요. 삼겹살은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는 그 소리만 들어도 이상하게 마음이 풀리더라고요.
순두부찌개는 피곤한 날 속을 달래주는 맛이었고, 갈비탕은 국물 한 숟갈 뜨면 그냥…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그때는 진짜 밥이랑 국물 먹는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잠깐 편해졌어요.

그래서 청담은 저한테 단순한 괌한식당이 아니라, 괌에서 버티는 시간의 중심 같은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장님과 현지 친구들, 그때의 고마운 사람들

제가 하도 자주 가니까 사장님이랑 자연스럽게 친해졌어요. 나중엔 농담처럼
“한국에서 사업 망하고 괌에 인생 정리하러 온 사람처럼 보였다”
이런 말도 하시더라고요. 얼굴이 어둡다고, 혹시 나쁜 생각 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시기도 했고요. (원래 피부 톤도 어두운 편인데 그때는 표정까지 더 그랬나 봅니다. 허허.)

그리고 그 시절에 저를 꽤 붙잡아줬던 현지 직원들도 기억에 남아요. 레이라니(Leilani), 조슬린(Jocelyn) 두 친구인데, 회식 때마다 “오빠 오늘 한식 먹으니까 얼굴 좋아 보인다” 하면서 깔깔 웃어주던 친구들이에요. 제가 “덕분에 괌에서 한식 배터지게 먹고 버틴다” 했더니 진짜 자기 일처럼 좋아하던 그 표정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사진이 있어서 얼굴은 혹시 몰라 모자이크해서 올려둡니다. 레이라니, 조슬린아 그때 진짜 고마웠다. 너희 둘 다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귀찮음을 이기고 글을 남긴다

솔직히 사장님이랑 친해졌다고 해서 제가 이런 글을 쓰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귀차니즘도 심하고요. 근데 그때 청담에서의 저녁들은 저한테 그냥 “맛있는 한 끼”가 아니었습니다. 가족 생각 때문에 속이 텅 비는 날마다, 그 허전함을 잠깐 내려놓게 해준 시간이었어요.
사장님께 글 올린다는 말도 따로 안 했습니다. 그냥 좋은 시절에 만난 인연은 조용히 마음에 담아두는 게 더 멋있잖아요. 언젠가 괌에 다시 갈 일이 생기면, 사장님이 그때 매일 저녁 와서 소주 한 잔 하던 추레한 40대 아저씨 손님을 기억해주실까… 그런 생각도 슬쩍 해보게 되네요.

괌에서 괌식당, 괌한식당 찾는 분들, 특히 잠깐 들르는 여행이든 저처럼 장기 체류든, “진짜 제대로 된 한식 한 끼가 필요하다” 싶은 날엔 청담이 꽤 든든한 선택이 될 거라고 말해두고 싶어요.
저한텐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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